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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ction
Fiction
모파상 단편선
기 드 모파상 2021
속되고도 아름다운삶의 면면을 날카롭게 포착하는모파상의 걸작 단편들 기 드 모파상의 단편소설들을 엄선한 『모파상 단편선』이 임미경 씨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의 274번째 책이다. 모파상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자연주의 작가이자 세계문학사상 가장 위대한 단편소설 작가 중 하나로서 세계문학사에 강렬한 흔적을 남겼다. 특히 단편 작가로서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인물은 체호프 정도가 있을 뿐으로, 미국의 단편 작가 오 헨리의 별명이 <양키 모파상>이었다는 것은 이 장르가 모파상과 맺고 있는 불가분의 관계를 나타낸다. 감상적이거나 지적인 장식 없이 사건을 간결하고 담담하게 서술하면서 최대의 효과를 거두는 그의 단편들은 지금도 문학가들 사이에서 감탄의 대상이자 모범이 되고 있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모파상의 작품 세계의 다채로움을 최대한 담아 보려는 의도로 엄선한 것으로, 목차는 발표 연대순이다. 전쟁 기간 중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인간의 이기심과 위선을 보여 주는 걸작 「비곗덩어리」, 한 여자의 평생에 걸친 기이하고도 우직한 짝사랑 이야기 「의자 갈이 하는 여자」, 전쟁 중 적군에게 붙들린 평범한 낚시꾼들의 이야기 「두 친구」, 비싼 목걸이를 빌렸다가 인생을 잃어버린 여자의 이야기 「목걸이」, 한집에 살면서도 서로에 대한 깊은 마음을 오랜 세월 억눌러 온 남녀의 이야기 「마드무아젤 페를」, 일반 도덕규범을 벗어난 자유분방한 여인 파리와 그녀를 둘러싼 다섯 남자의 독특한 우정과 사랑을 다룬 작품 「파리」 등 모파상의 가장 사랑받는 단편 20편을 엄선했다. 모파상은 놀라운 다작가로서, 데뷔 후 10년 동안 6편의 장편소설과 300편이 넘는 단편소설을 집필했다. 그러나 그의 작가로서의 삶은 딱 이 10년 동안이었다. 이후 본격적인 환각과 신경증이 그를 괴롭히기 시작했기에, 그가 명철한 정신으로 글을 쓸 수 있었던 생의 시간은 짧았다. 하지만 이 시간 동안 그는 삶에 끈질기게 눈을 들이댔다. 여러 개로 덧씌워진 현실의 포장지들을 낱낱이 벗겨 내고, 인간 내면에 깃든 비루함을, 삶의 비정함을 꿰뚫어 보았다. 대상에 감정을 투사하는 대신 거리를 띄우고 관찰하고자 했고, 그렇게 해서 자신의 눈에 비친 그대로의 인간과 갖가지 욕망을, 보잘것없고 평범한 삶을 다양한 각도에서 그려 내고자 했다. 감상에 치우치지 않고 삶의 면면을 차분하게 들여다보는 그의 단편들은, 모순과 아이러니로 가득한 인간사의 우습고도 씁쓸한, 속되고도 아름다운 단면들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이 책을 옮긴 임미경 번역가는 번역하기 까다로운 모파상 특유의 문체를 섬세하게 살려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모파상의 단편들은 이야기가 주는 재미도 크지만 언어가 불러일으키는 쾌감도 강렬하다. 단 몇 개의 어구만으로 사물과 분위기를 잡아내는 묘사, 인물을 단숨에 형상화하는 정교하고도 강렬한 표현들은 한 시대의 미학을 넘어서는 모파상만의 개성이다. <모파상의 작품 속에 흩뿌려져 있는 섬광들,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의 한계 탓에 자주 놓쳐 온 그것들을 최대한 붙잡아 보고 싶다는 소망이 이 번역 작업의 출발점>이라고 옮긴이는 밝힌다. 번역 원본으로는 루이 포레스티에Louis Forestier가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편찬한 플레이아드판 『모파상 전집, 콩트 및 단편집Maupassant, Contes et nouvelles』 vol. I(1974), vol. II(1979)를 사용하였다. 현재로서는 가장 권위 있는 판본 중의 하나다.
밑줄 긋는 남자
카롤린 봉그랑 / 이세욱 옮김 2017
책읽기를 좋아하는 모든 이들,스스로를 소설의 주인공과 동일시해 본 경험이 있는모든 이들을 위한 책!동네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 속에서 우연히 낙서 하나를 발견한 후 겪는 수수께끼 같은 경험을 그린 『밑줄 긋는 남자』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2017년 새로운 판을 출간하며, 한국의 독자들에게 보내는 카롤린 봉그랑의 서문을 더했다.
세계문학 단편선 37.프란츠 카프카
프란츠 카프카 2020
시대의 지성들을 묶는 영원한 실존주의의 해시태그,프란츠 카프카의 중·단편 78편을 엮은 대표 단편선★20세기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 작가 프란츠 카프카(1883~1924) ★「변신」, 「유형지에서」, 「화부」, 「선고」를 비롯해 유고 작품까지 총 78편 수록 현대 산업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의 불안과 두려움을 예리하게 포착한 20세기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선이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최초의 단편집 『관찰』(1912)부터 『어느 단식 광대』(1924)까지 카프카 생전에 발표된 일곱 권의 책과, 잡지와 신문에만 발표된 글, 사후 유고집에 실린 단편을 포함해 총 78편을 담았다. 「선고」, 「화부」, 「변신」, 「유형지에서」,「어느 시골 의사」등 잘 알려진 작품뿐 아니라 미완으로 끝나거나 중간 부분이 유실된 습작까지 포함한 작품집으로, 환상적 리얼리즘에 바탕을 둔 기묘하면서도 사실적인 묘사, 과장과 수식 없는 간결한 문장, 현대인의 한계상황과 소외감에 주목한 카프카 문학의 특징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프란츠 카프카』는 독일 피셔 출판사의 『Franz Kafka: Sämtliche Erzählungen』(1979년) 판본을 저본으로 삼아 읽기 쉽도록 무조건 의역하기보다 최대한 원전에 가깝게 번역했고, 「변신」을 중심으로 한 카프카의 작품 세계 전반에 대한 해설을 함께 실었다. 이 책의 번역자인 독문학자 박병덕 교수는 “카프카의 문학 세계를 총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독의 삼부작’으로 불리는 『실종자』, 『소송』, 『성』 세 장편뿐만 아니라 중·단편과 편지, 일기에 대한 꼼꼼한 읽기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그리고 비현실적이지만 일상적 삶과 무관할 수 없는 카프카의 단편에 현대 문학 작품의 본령이 있으며, 비인간화된 사회의 냉혹한 현실에 익숙한 지금의 독자들에게 카프카의 메시지가 여전히 큰 의미를 가진다는 점을 되짚는다. 끝나지 않은 불안의 꿈을 극도의 예민함으로 현실에 투영한 작가시대를 앞선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 프란츠 카프카“나는 문학 그 외의 무엇도 아니며, 그 무엇도 될 수 없다” “책은 마땅히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만 한다”는 말을 남길 정도로 문학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졌던 카프카는 평생 작가의 꿈을 놓지 않고 일을 마친 후에도 밤새 글을 써 내려갔다. 하지만 부조리한 삶과 고독한 죽음의 이미지, 쓸쓸하고 슬픈 정서로 가득한 그의 작품을 독자들은 불편해했고, 문단에서도 그의 글을 난해하고 기괴한 것으로 평가했다. 본인의 작품에 대한 기준이 높아 많은 원고를 스스로 폐기했던 것으로 알려진 프란츠 카프카. 죽음을 앞둔 때에도 친구 막스 브로트에게 출간되지 않은 자신의 원고를 모두 불태워 줄 것을 부탁한 일화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하지만 카프카의 열렬한 지지자였던 막스 브로트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고독의 삼부작’으로 불리는 세 장편을 비롯한 단편들은 제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에서도 살아남아 세상의 빛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막스 브로트의 노력으로 우여곡절 끝에 출간되었음에도 시대를 앞선 카프카의 작품은 여전히 사람들에게는 불가해한 영역이었다. 그러던 중 카프카는 알베르 카뮈가 평론집 『시시포스 신화』(1943)에서 부조리한 세상 속 인간의 실존을 탁월하게 그려 낸 위대한 작가로 소개하면서 재평가된다. 카뮈는 카프카가 의도적으로 묘사한 비극적인 상황들이 인간 실존의 부조리함 그 자체를 나타내기보다는 희망을 오히려 더 확고하고 도전적인 것으로 만든다고 해석했다. 카뮈의 날카로운 견해가 촉발한 논란은 프란츠 카프카의 삶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뒤늦게 발굴된 편지와 엽서, 일기와 잠언이 작품의 수수께끼를 푸는 실마리가 된다. 이후 반세기가 넘게 프란츠 카프카의 문학 세계는 문학뿐 아니라 신학, 철학, 심리학, 사회학, 문헌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엄청난 양의 학문적 연구가 이루어지며 20세기 문학의 가장 중요한 전환점으로 재조명되기 이른다. 환상적 리얼리즘에 바탕을 둔 카프카의 작품은 독자의 이해를 차단함으로써 모든 것을 낯설게 보이게 하는 어둡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조성하여, 절대적 파탄에 이르는 공포와 전율을 불러일으킨다. 이렇게 탄생한 ‘카프카답다Kafkaesk’라는 표현은 이후 모든 악몽 같은 것 즉 미로를 헤매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 인간의 삶과 꿈의 부조리, 현대의 관료주의, 기계화, 인간을 노예화하는 제도를 대표하는 표현이 된다. 카프카의 단편은 환상 문학이자 현실 비판적인 리얼리즘 문학으로서 장 폴 사르트르, 가브리엘 마르케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밀란 쿤데라, 무라카미 하루키 등 후대의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옮긴이의 말]카프카 문학의 궁극적 의도는, 독자들의 선입견을 제거하여 항상 자유롭고 새로운 시선으로 현실을 바라보고 경험하도록 함으로써 독자를 각성시켜 결국은 허위에 바탕을 둔 현실을 변화시키는 데 있다. 그리고 이러한 목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고정관념이나 환상의 파괴가 전제되어야 한다. 세계의 밖에서, 시간의 범주와 흐름에서 물러난 한 인간의 관점에서 바라본 세계는 그 안의 인간이 보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라는 점, 바로 이것이 카프카 문학을 다른 작가들의 문학과 구별 지어 주는 전환점이 된다._옮긴이 박병덕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2021
한국에서 20만 부가 팔린 움베르토 에코 최고의 유머 에세이집“다른 사람들 모두가 나보다 더 어리석다고 확신하는 것. 이것은 슬기로운 삶의 태도이다.” 우리를 둘러싼 온갖 어리석음에 대한 조롱, 현대 문명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 그리고 자기 고향에 대한 감동적인 추억까지 에코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즐거운 책. 국내에서만 20만 부가 팔린 움베르토 에코의 에세이집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이 새 장정으로 재출간되었다.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은 에코의 모든 작품 중 가장 유머러스한 책으로 정평이 나 있다. 에코는 이탈리아의 주간지에 칼럼을 연재해 왔는데, 칼럼은 큰 인기를 끌었고 몇몇 글들은 나오자마자 일종의 고전적 위치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 책 「서문」에도 적혀 있듯이 친구들은 그 재미있게 읽었던 글들을 어디다 뒀는지 다시 찾을 수가 없다든지, 그 전설로 전해지는 글을 한번 읽어보려면 어떻게 하면 되냐고 에코를 압박하곤 했다. 그 결과 서랍 속 원고 뭉치에서 <훈계조의 글들은 대폭 빼버리고> 장난스럽고 유쾌한 분위기의 글들을 추려 나오게 된 것이 이 책이다. 움베르토 에코의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은 책을 넘기는 것을 아쉬워하면서 끝없이 되풀이 읽고 싶어지는 책이다. 그의 이야기들 속에서 우리의 아주 평범한 일상은 돌연 마술 환등처럼 신비롭고 흥미진진해진다. 에코는 이 책에서 유머 작가가 되고, 상대방의 얼을 빼는 논객이 되고, 썰렁한 웃음도 마다 않는 익살꾼이 되어, 우리 삶의 실상과 이 변화의 시기에 상처받지 않고 살기 위한 처세법을 아주 유쾌하게 이야기한다. 우리의 삶을 허비하게 하는 부조리, 작동이 되지 않는 제품들, 우리를 노예로 만드는 아이디어 상품,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는 공무원, 끝없이 같은 말을 반복하는 TV 토크쇼 등은 괴로움을 넘어 이제 즐거움의 대상이 된다. 일반인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그러나 실상은 광기에 가까운 현대의 과학 이론들 역시 에코의 조롱을 피할 수 없다. <어떻게 지내십니까>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170여 가지 방법은 에코 못지않게 언어유희를 좋아하는 독자들을 위한 리스트처럼 보이지만 실은 우리가 위인이라는 사람들, 세계적인 예술가들에 대해 생각할 때 결코 잃어버려서는 안 될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이다. 끝에 실린 에코의 고향 회상은 이 책의 유머러스한 분위기와는 달리 서정적이고 시적이기까지 하다. 그는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드러내고 고향에 대한 수줍은 애정을 고백한다. 이 책에 실린 재미있는 이야기들 속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계속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유럽의 교육
로맹 가리 2021
거장 로맹 가리의 탄생을 알린 위대한 걸작장 폴 사르트르가 꼽은 최고의 레지스탕스 소설!“중요한 것은 그 어떤 것도 사라지지 않아”오직 한 번만 받을 수 있는 공쿠르 상을 두 번 받은 유일한 작가, 작가로서 최고의 영예를 누렸음에도 또다른 가면 뒤에서 작품 활동을 한 두 얼굴의 작가, 권총 자살로 갑작스레 삶을 마감한 비운의 작가, 로맹 가리. 『유럽의 교육』은 그렇게 한 시대를 풍미한 거장의 탄생을 알린, 로맹 가리의 데뷔작이다. 2차세계대전 당시 로렌 비행중대에서 군복무 중에 쓴 이 소설은 1945년 출간되어 곧바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프랑스 비평가 상을 수상하고, 장 폴 사르트르에게 ‘최고의 레지스탕스 소설’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작가의 조국인 프랑스에서 출간되기 일 년 전 원고의 성공을 예감한 영국의 출판사에서 ‘분노의 숲’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특이한 이력이 있기도 하다.『유럽의 교육』은 2차세계대전 당시 폴란드를 배경으로, 빨치산들이 항독 투쟁 중인 숲에 들어간 열네 살 소년 야네크가 그들과 함께하면서 진정한 용기와 사랑을 배우며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그러나 이야기를 그리는 문장의 온도는 뜨거움과는 거리가 멀다. 소년 야네크와 빨치산들, 그리고 나치 독일의 만행 아래 고통 받는 이들의 이야기는 인간 존재에 대한 희망을 거두어간다. 그럼에도 로맹 가리가 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자명하다. 섣불리 희망을 말할 수는 없더라도 절망에 굴하지는 말아야 한다, 인간의 역사는 그렇게 작디작은 발걸음들로 진보해왔다.『유럽의 교육』에서는 처녀작에서 발견되기 마련인 미숙함이나 젊은 치기를 찾아볼 수 없다. 작가의 최고 기량이 발휘된 『자기 앞의 생』과 마찬가지로, 『유럽의 교육』은 고통과 비참에 대하여 구구하게 늘어놓지 않고도 그 슬픔을 적확하게 포착하여 보여준다. 인간에 대한 믿음과 불신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는 로맹 가리의 시선은 작품에 놀라운 생명력과 입체감을 부여한다. 『유럽의 교육』은 로맹 가리를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그가 평생에 걸쳐 이야기하고자 한 ‘위대한 휴머니즘’이 무엇인지 마음 깊이 느낄 인상적인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2013년 개정판은 이전 판본의 오류를 바로잡고, 원서의 편집에 준해 다시 편집한 판본이다.만약 인간의 마음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이 땅 위에 절망이란 없을 것이다무심한 흰 눈과 초록의 숲 사이에서, 소년은 자란다이야기는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은 전쟁이 계속되는 겨울, 폴란드의 한 숲에서 시작된다. 전쟁 통에 두 형을 잃은 열네 살 소년 야네크는 아버지에게서 숲속에 혼자 숨어 있다가 먹을 것이 떨어지면 지하 항독투쟁을 하고 있는 빨치산들을 찾아가라는 말을 듣는다. 스탈린그라드에서는 2차세계대전 최악의 전투로 기록될 스탈린그라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홀로 남은 야네크는 아버지가 독일군에게 끌려간 아내를 구하기 위해 죽음을 불사하고 뛰어들었다가 결국 목숨을 잃은 것을 모른 채 숨어 지내다 결국 빨치산을 찾아간다. 빨치산들은 자유의 날을 위해 있는 힘을 다해 숲속에서 무장 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곳에서 소년은 연인을 그리워하는 야블론스키, 씩씩하게 투쟁을 계속하는 심지 굳은 체르프, 결핵에 걸렸지만 부자인 아버지의 도움을 뿌리치고 결국 죽음에 이르는 냉소적인 타데크 흐무라, 붉은군대의 장군인 아들을 둔 늙은 곰 크릴렌코, 그리고 인간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고 《유럽의 교육》이라는 책을 쓰는 도브란스키 등의 빨치산 대원들을 만나고, 독일군들과 잠자리를 함께해 군사 정보를 얻어오는 소녀 조시아와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이들의 에피소드들 사이로 《유럽의 교육》이라는, 도브란스키가 쓰는 동화, 우화, 소설들이 등장한다. 도브란스키는 말한다.“‘유럽의 교육’이야. 타데크 흐무라가 권한 제목이지. 틀림없이 빈정거리는 뜻에서 한 말이겠지만…… 그에게 유럽의 교육이란 폭탄, 학살, 포로 총살, 짐승처럼 구덩이 속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사람들…… 뭐 그런 거지. 하지만 나는, 나는 도전에 응하겠어. (…) 진실은 역사의 순간 속에,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과 같은 시간 속에 있어. 그런 때에는 인간이 절망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모든 것, 인간에게 믿음을 갖게 해주고 계속 살아가게 해주는 모든 것이 은신처를, 피난처를 필요로 하지. (…) 나는 내 책이 그런 피난처 중 하나가 되기를 바라. (…) 저들이 우리를 짐승처럼 살게 했지만 우리를 절망하게 만들 수도는 없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 되기를 원해.”그러나 타데크 흐무라의 이죽거림처럼 소년 야네크에게 학교는 전쟁이다. 그는 전쟁을 통해 세상을, 인간을, 삶을 배운다. 악마처럼 보이는 독일군도 누군가의 연인이자 가족이라는 것을, 같은 폴란드 사람이지만 누구에게는 자신의 빵이 친구의 목숨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정의와 대의를 위해 피를 흘리는 것보다 누군가의 앞에서 무릎을 꿇음으로써 많은 이들의 목숨을 구하는 것이 더 숭고한 일일 수 있다는 것을 배운다. 그는 인간 세상이라는 것이 ‘어떤 거대한 자루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간성이란 결국 ‘눈이 먼 채 꿈만 꾸는 감자들’, ‘자루 속에서 무정형의 덩어리를 이루며 발버둥치는’ 감자에 불과한 것이라는 것을 배우고, ‘어른’이 될 것을 강요받는다. 그러나 간난신고를 헤치고 나아가는 중에도 소년의 가슴속에서 오롯이 빛나는 말이 있다. 아버지가 거듭 말해준 “중요한 것은 어떤 것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가장 어두운 곳, 작고 여린 존재들이 만들어내는희망과 믿음에 관한 경이로운 이야기인간성의 종말을 목도하게 한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도 모른 채 죽어간 수많은 이름 없는 병사들, 전쟁의 참상 속에 스러져간 무구한 어린 생명들…… 2차세계대전 후 유럽 지식사회는 인간 이성에 대해 철저하게 회의하게 되었고, 세계는 극단적인 허무주의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이에 항변이라도 하듯 로맹 가리는 도브란스키의 입을 빌려 말한다. “사람들은 서로 멋진 이야기를 들려주고, 이어 그 이야기를 위해 목숨을 내놓지. 그들은 그로써 신화가 현실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자유, 존엄성, 형제애, 인간으로서의 명예. 우리 또한 이 숲에서 동화를 위해 목숨을 내놓고 있는 거야.”한 줄기 빛도 보이지 않는 암흑의 시절에도, 나약한 인간성 앞에서도 ‘중요한 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가슴속에 희망을 품은 이들은 어떤 고난 앞에서도 약해지지 않는다. 그들은 인간 존재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고 이야기, 신화, 동화를 만들어내고, 사람들의 가슴속에 불을 지핀다. 그리고 그 불길은 사람들에게 옮아가 이 세상을 조금은 더 살 만한 곳으로 만드는 것이다.공군 장교로서 전쟁을 직접 체험했기에 로맹 가리는 섣불리 희망을 장담하고 낙관하지 않는다. 가장 절망적인 고통조차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믿는 도브란스키처럼, 그는 고통 위에 희망을 덧칠하지 않고, 오히려 그 장면들을 무정하리만치 담담하게 바라봄으로써 역설적으로 인간 존재에 대한 믿음을 이야기하는 편을 택한다. 전쟁의 끔찍함과 그 안에서 고통 받는 이들의 비참함을 부각시키는 데 열중하지 않고, 그 안에서 살고자 몸부림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이 세상은 적과 동지, 선과 악, 희망과 절망이라는 이분법으로 명쾌하게 가를 수 없는 곳임을, 삶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복잡하고 입체적인 것임을 독자 스스로 깨닫게끔 한다.사람의 눈에 개미들이 힘겹게 옮기는 풀잎은 하찮아 보이지만 개미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의 위대함을, 자신들이 옮기는 그 풀잎 하나가 지닌 최고의 중요성을 믿는다. 위대한 휴머니즘의 작가 로맹 가리가 역설하고자 한 것은 그만큼의 희망이다. 얼마나 많은 꾀꼬리들이 필요할 것인지, 얼마나 많은 노래가, 얼마나 많은 아름다운 노래가 더 필요할 것인지 아무도 모르지만, 여전히 우리 인간은 한 마리 작은 개미처럼 풀잎을 옮기고, 빛을 향해 나아가리라는 것.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존 르카레 2019
20세기 냉전을 다룬 스파이소설이자 영국사회를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존 르카레의 대표작.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가 보다 원숙해진 중기의 대표작이라면, 르카레가 세 번째로 발표한 이 작품은 그를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해준 초기 걸작이자 최고의 히트작이다.1960년대 냉전 상황이 극에 달한 시기, 각국 스파이들의 주요 활동 무대였던 베를린을 배경으로 비정한 국제 첩보전의 세계를 그리고 있는 이 소설은, 1964년 영미 최고의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고 또한 뛰어난 문학성으로 평단의 찬사를 받으며 서머싯 몸상, 에드거상 등을 휩쓸었다.냉전 상황이 극에 달한 1960년대 영국과 독일간 스파이들의 활동과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탄탄한 구성으로 엮었다. 1965년 마틴 리트가 감독하고 리처드 버턴이 주연을 맡은 영화로 제작되어 화제가 된 바 있다. 작가 특유의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가 여실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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